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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이야기-게임팔이 소녀
우리나라의 PC 패키지 시장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전통이 있던 회사도, 좋은 개발자도, 깨끗한 돈도, 훌륭한 프로세스도 그 바닥에 남아있지 않다. <멋진 게임을 만들지 않았잖아>라고 혹자는 말한다. <스타는 4백만 장이나 팔렸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한때 그곳에는 로망이 있는 회사들과 좋은 개발자들이 있었다. 돈과 시간이 모자랐어도 최선을 다한 게임들이 있었다. 하지만 망할 수밖에 없었고, 흥미가 있건 없건 MMORPG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도둑질을 해서 판을 엎은 주제에 감히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 훔쳐먹는 주제에 <즐긴다>고 말하지 마라. 국산이든 외제든, 패키지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주제에, 프리섭 찾아 돌아다니는 주제에, 우리나라 게임들이 그나물에 그밥이니 독창성이 없다느니 입을 놀리지 마라. 내가 불법복제(요즘은 공유라고 순화해서 말하지만)에 관해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였다. 사실 5학년이 되어 당시 최신컴퓨터 586을 사기 전에는 닌텐도 슈패미와 오락실만 이용했기 때문에 정품을 안쓸 기회도 없었다(롬팩은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것이었으니). C&C와 워2라는 게임을 접하면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다. ![]() 그러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뿌요뿌요2라는 명작 퍼즐 게임을 얻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친구끼리 게임 주고 받는 그런 오프라인 네트워크(말은 거창하네-_-)가 전부였다. 그 시절 내가 존경하는 형아가 하나 있었다. 온갖 게임을 섭렵한 그는 초딩이던 내게 게임의 신으로 보였다. 그때 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평생 독신으로 살자는 도원결의(?)를 맺을 정도였다. 오직 게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 기발한 게임 뿌요뿌요2를 마음껏 즐기다가 그 형아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그 겜을 잘하게 되었나 자랑을 떨고 있었는데... 그게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형아가 알아차린 것이다. "이런 싸가지 없는....." 아니!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은 거지? 뭐 요즘이야 욕 듣든 말든 철판 깔고 사뿐히 무시할 수 있지만, 당시 순수한(지금보단) 초딩이었던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불법복사에 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 죄책감도 있었는지 부모님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당시 한국 컴파일 사가 내놓은 한권에 2만원이나 하는 잡지(엄밀히 따지면 잡지라기보다는 게임 모음이었죠)를 다 사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일본 컴파일 다 망하고 뿌요뿌요시리즈는 다른 회사에서 만들더군요) 내가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 세상은 CD-R의 혜성같은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얼마나 놀라운가! 게임을 마구 복사할 수 있다니! (그당시엔 시리얼이나 락 같은 것도 없었다) 50만원을 가뿐히 넘어가는 높은 가격 탓에 컴퓨터 가게에서만 취급할 수 있었지만, 어쨌거나 싸게 불법CD를 구워주는 가게를 아는 애가 반에서 인기인이었다. 나는 초딩생활을 접으며 얻은 교훈을 생각하며 최대한 그런 것을 멀리했다. 왠지 죄책감이 느껴져서 정품을 고집하려 했다. (그러나 정품으로 구할 수 없는 18금 CD는 살 수밖에 없었다는...-_- 동급생이라든지, 취작, 유작이라든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elf사의 고전 명작) 이제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런 가게들도 다 망하게 되었다. CD-R이 일반 가정에 보급될 정도로 싸졌고, 무엇보다 브로드밴드의 대중화로 P2P, 웹하드 등으로 정품을 쓰는 사람에게 손쉬운 타락(?)의 유혹이 도처에 널리게 된 것이다. ![]() 프린세스 메이커도 정품 출시되고 며칠도 되지 않아서 락이 풀렸다고 한다. 이제 여기저기서 최소 수만번의 다운로드가 있을 것이다. 인기 있는 작품이니 다운로드 십만번은 아주 거뜬히 넘길지도 모르겠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1은 구해 놓고도 제대로 안해봤지만, 2는 수십번을 깨고, 3도 10번 가까이 엔딩을 봤다. 아주 오랜만에 4가 나온다는 소식에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주문하고 그 다음날 배송되어서 예약주문했냐고 누나가 물어보더군요) 사실 구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뭐 웹에서 다운못받을 거 없다. 잘 알지만 정품 게임을 샀는데, 이것은 결코 내가 돈에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빈곤하게 사냐면... 1만원짜리 옷도 돈이 아까워서 잘 못사입을 정도다. 솔직히 올해 들어서 옷을 새로 사입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치열하게 ![]() 얼마 전에 게임회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발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화를 보다가 이 만화를 보고 조금 슬퍼졌다. 망해버린 한국 패키지게임 시장이 안타까웠고, 또 나도 100% 정품 소프트웨어만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도 느껴졌다. 위의 만화에는 트랙백이 30개나 되고, 덧글이 200개를 넘는다. 이글루에서 이정도면 정말 폭발적인 반응이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다. 사실 저 만화를 본 한국인 중 양심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마음 어딘가 가시에 찔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관련글들을 읽어 보면, 한국의 현실에 같이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패키지게임시장의 몰락 원인을 소비자에게만 돌리지 말라는 글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정말 단순히 원인 규명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갖추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구성의 글도 있었지만, 행간을 읽어보자. 내가 보기에 그런 글의 본질은 "내가 좀 불법복사(공유) 했지만 뭐 어때? 남들도 다 하잖아? 게임회사 사람은 안하나?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이런 걸 가지고 기분 나쁘게(죄책감 느껴지게) 난리인지."라는 식의 추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적어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은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자주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가... 내 하드에 깔린 소프트웨어 등이 100% 정품은 아니라면 그냥 입닥치고 있으라는 거다. 그런 소리 꽤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정품 쓰든 말든 아무 말 안한다. 그래도 나는 가급적이면 정품 소프트웨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쉐어웨어도 마음에 들면 돈주고 샀다(ACDSEE같은 것도 3만원이 넘더군요).게임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니까 정품 살 돈이 없으면 그냥 안하고. 100%정품 쓰는 사람이 아니면 비난도 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곤란하다. 판사가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으면 연쇄살인마에게 아무런 비난도 못하고 판결도 내릴 수 없다는 식이다. 한국에서 대학교 교과서를 싼 값에 복사해서 쓰던 사람이 미국 유학 갔는데 거기선 그런 것을 아주 싸늘-하게 보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담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불법복사(죄책감을 덜 느끼기 위해 사람들이 요즘은 공유라는 표현을 쓰지만)가 얼마나 만연한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사실 이것은 단순히 시민의식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다. 사실 돈을 줍고 분실물센터나 경찰서에 신고 안하고 자기가 가지면 범죄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길거리에 돈이 떨어져 있는데 누가 안 주어가겠는가?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준 학생이 표창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돌려주는 사람이 적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처벌도 필요할 수 있고, 공익광고캠페인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보호캠페인 같은 것에만 정부 돈 쓰라는 법은 없으니. 길게 썼는데... 솔직히 착한 소리만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성인군자도 아닌데. 나의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나는 정품 사려고 노력해서 졸라 가난하게 사는데 왜 당신들은 돈 안내? 너무 억울해! 그럼 나도 반성하지 말고 그냥 옛 시절처럼 공짜로 쓰고 싶어!"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락 깨진 이미지&시리얼 다운 받아 크랙 걸고 가상드라이브로 돌려서 열심히 하시구려. 저는 가난하니 그냥 옛날에 산 게임이나 다시 하렵니다. (헉...다 쓰고 나서 보니 경어체를 안 썼군요.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거라서 그래요) | |